밤의 고요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파리의 밤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진다.
낮의 분주함이 사라진 골목에
작은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면,
도시의 밤은 낮보다 더 많은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
집 베란다에 의자를 들고나가
낮동안 차곡차곡 쌓인 이 아기를
바로 건너편 집,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친구 삼아
귀를 기울여 듣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무리하지 않았니?”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그저 골목의 불빛에,
건너편 집 창틈으로 새어 나온 불빛에 의지해
스스로를 안아주는 연습을 해본다.
파리의 밤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조용하며,
내면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겉모습보다 마음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건 이 도시의 밤이 가르쳐준 가장 큰 배움이다.
밤이 깊어가면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는 멀리 잦아들고
가로등 불빛도, 건너편 집 불빛도
어느 순간 희미하게 사그라든다.
그 밤에,
“내일은 어떤 나로 살면 좋을까?”
나의 시름도 조금씩 조금씩 작아진다.
파리의 밤은 내게
‘고요 속에서 다시 나를 세워가는 용기’를 가르쳐준다.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