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간지 일주일도 안된 어느 일요일
루브르, 오르세가 있는 곳을 향해
파리의 동남쪽 지금은 역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은 곳에서
전철을 탔다.
불어를 할 줄도
들을 줄도 몰랐던 시절
내 사정을 알 리 없는 전철은
어느 정도 달리다가
멈추어 서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섞인 스피커를 통해
무슨 소리를 빠르게 흘리고 지나갔다.
타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길래
자리가 난 줄 알고 앉았더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며 내린다
왜 쳐다보나
동양 여자 첨 보나
주위를 둘러보니
ㅋㅋㅋㅋㅋ
근데 나만 앉아있고
다들 내리고 있다.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한다.
어찌하라고...
무언가 잘못되었나 보다 하고
일어서니 어떤 사람이 손짓으로 내리라고 한다.
오! 친절
급 당황한 순간이지만
어디나 친절과 배려는 살아있다.
아까 스피커에서 흘리듯 지나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이 말이구나
내려서 다른 전철을 타라고...
얼른 내려서 사람들을 따라 다른 전철을 갈아탔다.
내리는 역만 알고 탔는데...
늘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프랑스 도착,
첫 일주일만에
앞으로 나의 파리살이는
매일 맞이하는 일상의 다양한 사건들과
공존할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불어를 말하고 들을 둘 몰랐던 그때
새삼 바디랭귀지가 만국 공통어인 것을 배웠다.
다시, 파리살기를 하면
또 이런 순간을 스릴 있게 즐길 수 있을까?
한 번도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않은
다른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해도
미래의 일들이 나를 기다리는 그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