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 프랑스, 그리고 그안의 나 내가 선택한 프랑스,그리고 그 안에서의 나프랑스와 나, 서로를 잘 몰랐기에처음은 아주 서툴게 모든 것이 지나갔다. 늘 마음이 허둥거려지고헛걸음을 걷기도 하고멀리 돌아가기도 하고나만 늦은 것 같아 아웅다웅마음을 볶아치던먼저 가버릴 것 같은알 수 없는 불안에 허덕이던 시간이 있었다. 천천히 나를 기다리고저 앞에서 느긋하게 나를 바라봐주고서두르지 않아도늦어도 괜찮다고 너의 걸음으로 오라고 손짓하며 기다리는데그걸 보지 못하고 혼자 속을 태운 시간이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조금은 느리게 숨 쉬고, 조금은 더 깊이 바라보고, 조금은 다정하게 머무르고 싶은 그런 순간을 기대했던 그곳에서안달 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어쩔 줄 몰라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 2025. 8. 9. Bonjour^^ dans l'ascenseur 짧은 인사 속에 담긴 의미는?처음, 프랑스에서 약간 어색했던 일은엘리베이터에서 알지 못하는 사람이 "Bonjour"하고 인사하는 것이었다. 뭐라고 답례로 인사해야 할지"안녕" 아니 나도 "봉주흐" 해야 하나???어정쩡한 몇 초가 휙 지나가고엘리베이터문이 열리려고 하는 찰나다급한 마음으로 겨우 Bonjour 하며 입 밖으로 인사를 건넨다. 짧은 순간이지만십 년? 이 지나가는 듯한 낯선 순간이다. 하루는 살고 있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할머니 한 분이 아주 반갑게 인사한다.영문을 몰라하는 나에게불어로 써진 종이 한 장을 건네고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며 간다. 집에 돌아와서한 글자 한 글자 아는 불어 총 동원해서 해석을 해보니이웃 간의 친목을 위한 모임을 한다는...엘리베이터 그 할머니는 우리나라식으로 하면아파트.. 2025. 8. 9. 퐁피두 도서관-나의 최애 공간 아침에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어딘가로 향한다.혼자 있어도 혼자라 느껴지지 않는 공간퐁피두 도서관! 줄을 서고, 가방을 검사받고, 들어간 그곳은낯선 사람들로 가득하지만혼자 있어도같은 마음을 가지고 온 사람들 속에서위로를 받는다. 퐁피두 도서관에서 ‘혼자 있음’은파리에서내가 선택할 수 있는 풍요이다. 파리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공원에서 조용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작은 미술관에서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그들 또한내가 퐁피두 도서관에서 느낀풍요를 누리고 있다. 처음, 특별히 갈 곳 없었던 일상의 파리그런 나를 포근하게 감싸 준나의 최애 공간, 퐁피두 도서관그곳에서 누린 안락은나의 하루를 지탱하게 한다. 넓은 책상과 높은 천장,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 2025. 8. 8. 다시, 꿈꾸는 법을 배우는 나이 어릴 적 많이 들었던 말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더 어린, 더 젊은 나이에 해야 한다고... 어릴 적엔 꿈꾸는 것이 자연스러웠다.어린 나이에는꿈을 꾸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것이다.미래는 언제나 공상 만화처럼재미있고 달콤하게 그려졌다.바라는 모든 것이 상상 속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나 아닌 다른 이의 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현실에서 꿈은 조금씩 조심스럽게 '아듀' '아듀'를 날리며연기처럼 슬그머니 사라져갔다. “지금은 아니야”"나중에"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자주 들려온다. 다른 이의 꿈을 좇아온 파리,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길이 열린다.생각이 열린다.마음이 열린다.그래, 나를 향한 계획도 분명 있지.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새로운 경험을 하고새로운 것들을 보.. 2025. 8. 8. 파리의 밤, 그 고요아래서... 밤의 고요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파리의 밤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진다. 낮의 분주함이 사라진 골목에작은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면,도시의 밤은 낮보다 더 많은 말을 걸어온다.나는, 그때집 베란다에 의자를 들고나가낮동안 차곡차곡 쌓인 이 아기를 바로 건너편 집,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친구 삼아귀를 기울여 듣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무리하지 않았니?”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그저 골목의 불빛에,건너편 집 창틈으로 새어 나온 불빛에 의지해스스로를 안아주는 연습을 해본다.파리의 밤은 화려하지 않다.오히려 담백하고, 조용하며, 내면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겉모습보다 마음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그건 이 도시의 밤이 가르쳐준 가장 큰 배움이다.밤이 깊어가면누군가의 발걸음.. 2025. 8. 7. ‘작은 기쁨’으로 채우는 일상 ‘작은 기쁨’이 일상이 된다는 사실. 프랑스에 와서 달라진 게 있다면그건 하루하루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큰 성취, 특별한 사건만이 기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작은 순간들, 사소한 일상이, 내 삶의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을 볼 때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기쁨이타지에서의 삶을 알차게 엮어가도록 한다. 처음 올 때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전혀 다른 현실을 살아도그 속에서 아주 작은 사소한 것으로부터웃음을 짓게 하는 작은 기쁨이마음에 오래오래 남아타지에서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된다. 삶은빠르게 지나치지 않고 그 순간에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르며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어쩌면 그것이 삶을 제대로 살게 되는 것이다.담백한 시간 안에 있는 가벼운 몸풀기, 커피 내리기, 산책하기, 지인과.. 2025. 8. 7. 이전 1 2 3 다음